트로트 열풍

우리 가족이 함께 부르는 트로트

 바야흐로 트로트의 시대가 왔다. 한동안 쇠퇴일로를 걷던 트로트는 ‘듣던 트로트’에서 ‘보는 트로트’로 진화하며 2019년과 2020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방송한 ‘미스트롯’,‘놀면뭐하니:뽕포유’의 인기에 이어 ‘미스터 트롯’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시청률 30%를 돌파한 이 프로그램은 종편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에서도 10%대 시청률을 넘기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트로트에 대한 뜨거운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전문 분석기관인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019년 동안 sns에서의 트로트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트로트에 대한 온라인상의 언급량은 전년 대비 1.8배가 급증했고 트로트에 대한 온라인 상의 언급은 전년 대비 10배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음원사이트‘지니뮤직’에 따르면 1년간 ‘톱 차트’에 트로트가 진입한 횟수는 전년 대비 5.8배 증가했다.

 트로트 열풍은 트로트의 전통적 소비층이던 장노년층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까지 사로잡았다. 이 같은 열풍의 결정타는 <미스터트롯>이다. <미스터트롯>은 트로트에 오디션. 퍼포먼스 등 젊은 감각을 더해 시청률을 올렸다. 더불어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재석의 활동에 대한 관심도 트로트 열풍에 한몫했다. 지니뮤직 홍세의 본부장은 “유산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트로트 음원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트로트 열풍이 보여주는 것은 오팔(OPAL·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의 문화적인 파워다. 2018년 서울시의 조사에서 5060은 문화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트로트 스타를 대상으로 ‘덕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유튜브 트로트 채널의 인기와도 밀접하다. 중장년층의 주된 음악 소비 채널이 유튜브가 되면서 ‘중통령(중년들의 대통령)’이 되는 트로트 가수들이 나왔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꾸준히 형성돼온 트로트 팬덤이 방송을 만나 폭발한 것이다. 음악평론가 서정민씨는 “선거와 소비에서 장노년층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듯 음악 시장에서도 마찬가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현상에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의 트로트 열풍이 똑같은 콘텐츠의 반복이 아니라 변주였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트로트라는 콘텐츠를 경연이나 예능으로 풀어내면서 새로움을 주는 데 성공했다. 이노션의 이수진 데이터커맨드 팀장은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가 예능과 즐거움, 다양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트로트가 오랜 세월 부침을 겪다 최근 콘텐츠의 중심으로 급성장했고 앞으로도 대중의 관심이 지속되며 ‘확장성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진정한 열풍으로 번지려면 판을 전복할 만큼 큰 히트곡과 화제의 인물이 필요하다. 트로트에 다시 기회가 왔다”고 강조했다. 콘텐츠로 자리 잡은 트로트가 어디까지 확장하며 성공할지 지켜볼 때다. 

안지은 기자 joanenfp@gmail.com
승인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