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대학에서 한 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이다. 3월이면 재학생은 개강하고 새내기들이 입학한다. 특히 대학 새내기는 성인의 경계에서 첫발을 떼는 순간들이다. 그런데 2020년 3월은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입학식 취소, 개강 연기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고 있다.
새내기들이 대학에 오면 오리엔테이션, 선배들과 만남 등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또한 선배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축적된 경험이 배어 있는 정보들을 얻는다. 하지만 올해는 정보를 얻을 기회도 많지 않다. 이에 학교와 총학에서는 새내기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고, 책자를 새로 발부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을 것이다.

작년 같으면, 오리엔테이션 때 열심히 대학 생활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신앙공동체에서 많은 은혜를 경험하며 며칠 간의 설레는 마음을 간직했다가 입학식에 참여한다. 예상은 했지만, 총신에서의 입학식은 예배를 드리면서 시작한다. 이후 새내기들은 수강 신청을 한 대로 강의실을 찾아다닌다. 강의 중간에 덜컥 주어진 빈 시간. 무엇을 할지 몰라 주위를 서성일 때도 있다. 점심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아마 당분간은 학식을 먹을 것이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아직 어디에 앉아야 할지도 고민이 된다. 학교 건물도 낯설다.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나 역시 처음의 낯설음은 가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었을 때, 이전 대학에서 근무할 때 못 해본 경험이 심령수련회였다. 음악과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은혜 그 자체였다. 삶의 터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 가장 감사했다. 심령수련회는 그렇게 매년 기대함으로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새내기들은 내가 느꼈던 감동의 경험을 하지 못할 듯하다. 올해는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바뀔 것 같다. 개강도 2주 연기되었으며, 모이는 시간도 최대한 자제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며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자칫 환경의 변화로 시작하는 대학 생활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을까 두렵다.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선에 섰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겪었던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겠지만, 그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이의 열정을 꺼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3월 1일 이후 자신들의 대학 생활은 시작되었다. 어른이 된 그대들의 삶이…. 시작하고 있다. 대학 생활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버킷 리스트를 만들자. 그리고 기도하자.  그리고 행하자.

정대현 교수(유아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