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성범죄

그 방에서 일어나는 성범죄: 텔레그램 N번방

독일에서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한 n번방 사건은 지난해 불거진 성 착취 사건을 뜻한다. 가해자들은 텔레그램에 1번부터 n번방을 개설해 미성년자의 신상정보를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게한 뒤 이를 가해자들끼리 공유했다.

‘텔레그램 n번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건 지난해 초이다. 유명 불법 성인 사이트 소라넷 등이 적발되면서, 사용자들이 해외 기반이자 정보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 매신저로 둥지를 옮겼다. 이들이 유통 채널로 악용한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고 강력한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어 본사 측의 동의 없이 이용자 정보는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 출신 이승혜 변호사는 “국제 수사 공조를 통해 텔레그램 본사 측에 가입자 정보 제공을 요청 할 수 있다. 그런데 텔레그램 본사의 가입자 정보 제공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한계점을 설명했다. 또 주된 성범죄가 이루어지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은 짧은 시간 내에 대화 내용이 사라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뒤늦게 증거를 수집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한 텔레그램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에는 두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는데 첫 번째로 ‘양진호 웹하드 사건’과 두번째로‘정준영 단톡방 성착취물 공유 사건’이다. 이 사건들로 사회는 성범죄 카르텔의 존재와 유명 연예인들의 성범죄 행각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가해자들은 두 가지 사건을 통해 더 은밀한 공간을 찾게 된 것이다. 그것이 국외에 서버가 있고, 신원을 감출 수 있는 텔레그램이었다.

특히 ‘n번방’ 성범죄의 덜미를 잡기 어려웠던 이유는 텔레그램 성범죄가 ‘일탈계’를 가지고 있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들이 부모 없이는 신고를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을 이용해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N번방 운영자의 범죄 수법은 첫째, 가해자가 트위터(소셜 네트워킹 어플)에 해킹 코드를 피해자에게 보낸다. 이는 로그인하는 동시에 해당 계정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가해자에게 전송된다. 둘째, 해킹한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위터에 계정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확보한다. 셋째, 경찰을 사칭해 피해자의 신상 정보로 협박하고, 이때 가해자들은 가학적인 성관계, 변태적 행위 등의 사진 및 영상 촬영을 강요한다.
 성착취 영상의 피해자가 된 청소년들은 이중 피해에 시달린다. 현행법상 피해 청소년들을 ‘ 범죄 가담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볍률’은 ‘자발성’을 기준으로 성매매에 관여한 아동·청소년을 범죄의 피해자와 행위자로 가른다. 피해자에게 자발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한다. 십대 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피해 청소년은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집 밖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다”라며“‘왜 제가 성폭력 가해자와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거냐’고 묻던 피해 청소년의 목소리에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n번방 성범죄의 모방 범죄의 우려까지 생기고 있지만, 현재 몇 언론사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사를 내지 않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 ‘n번방’을 검색해봐도 성범죄를 비판하는듯한 기사가 많이 노출되지 않는다. 이에 국민들은‘n번방 사건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지만, 당시에는 청원 동의자가 2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이후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n번방_미성년자_성 착취’ ‘#n번방사건_이슈화’ 등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안지은기자 joanenfp@gmail.com
승인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