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넘어 당연함으로

다름을 넘어 당연함으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는 다양한 주제의 동영상이 게시된다. 그 중 ‘장애인 인식 개선’과 관련된 영상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본인의 장애를 공개한 유튜버들의 채널이 급성장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발생하여 많은 이의 노여움을 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아임뚜렛’을 운영하는 홍정호 씨는 ‘투렛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라면 먹는 방법’ 등 장애 극복 일상을 소개하는 영상을 게시하여 단기간에 38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흔히 틱 장애로 불리는 투렛 증후군은 얼굴을 찌푸리거나 머리를 흔드는 운동성 틱과 코를 훌쩍이거나 소리를 내는 음성 틱 증상을 보이는 장애다. 그런데 최근 그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10개월 전에 만났을 때도 저렇게 심한 틱이 없었다”라는 등의 폭로를 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장애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다니”, “틱 있으신 분들은 저 사람을 보고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을 텐데”라며 분노와 아쉬움을 나타냈다. 논란이 커지자 홍 씨는 “약을 먹고 있다. 증세를 과장한 것은 사실이며 죄송하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해명하며 자신이 올렸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홍 씨의 거짓 논란이 불거지자 실제 틱 장애(투렛 증후군)가 있는 다른 유튜버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분노를 표하거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처방전, 진단서 등으로 틱 장애를 인증했다. 유튜버 ‘틱있는 코노’는 진단서를 공개하며 “저는 틱을 주제로 한 이 채널을 꾸준히 하고 싶고, 많은 사람에게 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깊게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걸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또한 “이런 진단서가 전혀 필요 없는 건강한 몸을 갖고 평생 살아가길 바란다”라며 “아픈 사람들도 희망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안타까운 사건이 있지만 많은 장애인 유튜버들은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꾸준히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그중 ‘위라클(WERACLE)’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박위 씨는 5년 전 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어 전신 마비 진단을 받았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소중하고 감사한 기적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 채널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위라클’에는 일상 브이로그부터 각종 재활 정보까지 다양한 영상들이 올라온다. ‘휠체어를 타고 소변을 보는 법’ ‘핸드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운전하는 법’ 등 솔직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많은 이의 인식의 변화를 주고 있다.

박위 씨는 오스트리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여행 후 한국 장애인 고용 공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 인식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오스트리아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돕는 건 양보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어요. 저조차도 장애와 비장애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그 표현을 이상하게 여기더라고요. 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 생활하는 게 당연하니까 ‘다르다’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거예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대중교통이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장애인을 마주쳤을 때 지켜야 할 공공질서와 에티켓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영상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라클’과 같은 채널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사라지길 소망했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쉽게 소통하지 못했던 이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얻게 되었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았지만, 유튜브의 순기능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다름을 넘어 당연함으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임 건 기자 gunnlim@naver.com
승인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