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구조라는 뉴스를 보던 중학교 2학년의 나는 성인이 되어 인생의 첫 투표를 마쳤다. 그들의 시간이 바다 깊이 멈춰있는 동안, 우리의 시간은 그들을 기다릴 새도 없이 달려 어느덧 6주기가 돌아왔다. 아직 5명이 뭍으로 나오지 못했고 대통령의 7시간은 봉인되었으며 여전히 그 큰 배가 왜 침몰했고 왜 그들을 구조하지 못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오늘 인터넷을 하다 ‘6년 전 오늘 각자 뉴스를 언제 어디서 누구랑 심지어 어떤 자세로 보고 있었는지도 기억할 것’이라는 글을 봤다. 실제로 그 글에 공감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며 뉴스를 보고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처음 그 소식을 들었고 그날 저녁 동네 국숫집에서 가족들과 국수를 먹으며 침몰해가는 배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구조를 기도한 만큼 그때의 충격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왜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일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노란 리본 너무 지겨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니야?’, ‘그냥 흔한 교통사고잖아, 왜 세월호에만 유난이야?’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다른 사건들의 무게를 덜자는 것이 아니다. 기억해야 잊히지 않는다. 잊히지 않아야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지겹다고들 말하는 세월호 참사의 공소시효는 이제 일 년 남짓 남았으며 그 긴 시간 동안 진상규명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해경들은 왜 선원들만 표적 구조하고 승객들에게는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 과적, 조타 미숙, 기관 고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지, 박근혜 정부와 황교안은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의 기록을 봉인하고 집요하게 증거를 조작·은폐하려 했는지 등 세월호 참사에 그러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억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사건은 이렇듯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이어지는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신 그리고 우리의 아픔은 국민으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하였고, 그 결과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한걸음인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우리를 지켜줄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국민 앞에 진실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위해서 진상규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과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나와선 안 된다.
학교에서 추모 행사를 기획하거나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을 만드는 등 전국 곳곳에서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생생히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한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그날의 상처를 우리는 기억한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그대들을 위해서라도 그때를 기억하는 남은 우리는 그들에게 해줘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 끝까지 기억한다.
선나현
부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