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그 펭귄

매력적인 그 펭귄: 펭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펭수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2019년은 황금돼지의 해로 시작해 펭귄의 해로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펭수는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秀)’의 뜻을 가지고 있는 펭수는 남극에서는 또래와 다른 덩치로 혼자였던 펭귄이지만, 한국에 온 펭수는 ‘개성이 강점이 되는 크리에이터가’가 되고자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보는 펭귄이다. 펭수는 9개월 만에 2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됐다.  그 인기에 걸맞게 다양한 곳에서 펭수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펭수의 신드롬으로 ‘뽀로로’도 못한 방송국 대통합을 이루었으며 펭수를 향한 20~30대의 사랑은 EBS의 편성표까지 움직였다. 특히 2020년 새해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제야의 종을 울림으로써 국민 스타 ‘펭수’의 이름을 더욱 견고하게 했다.

그렇다면 어린이 캐릭터로 출발한 펭수가 20~30대에게 인기를 얻고 ‘국민 스타’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 권위와 상식에 대항하는 ‘펭수’

펭수의 매력 중 하나는 권위와 상식의‘틀’을 깼다는 데 있다. 펭수는 권위와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펭수는 EBS 연습생의 신분으로는 쉽게 부를 수 없는 EBS 사장 ‘김명중’의 이름을 어떤 존칭도 없이 수시로 외치며 방송 아이템으로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조직 체계의 저항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펭수는 MBC 명절 특집 ‘아이돌 육상대회’를 패러디한 방송에서 EBS의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 ‘뿡뿡이’, ‘번개맨’ 등과 육상 대회를 펼쳤다. 이때 ‘딩동댕 유치원’ 캐릭터였던 ‘뚝딱이’가 선배 노릇을 하자 은근히 대들며 ‘꼰대질’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전의 EBS 캐릭터들은 교육적인 목적이 강했지만, 펭수는 기존 캐릭터의 결에서 벗어나 있다"며 "직장인들은 할 말을 하는 펭수를 보며 ‘나를 대변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B급 정서를 극대화한 ‘펭수’

‘B급 정서’란 ‘교양있고 올바른’ 주류 정서에서 벗어난 것을 지칭한다. 펭수의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말과 행동 속에는 이러한 B급 문화, 그 문화 코드를 통해 발현되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이런 펭수는 젊은 세대에게 틀에 박힌 전형성을 깨게 해준다. 펭수의 화법은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복잡함을 벗어던지고 간단함을 추구한다.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PD는 펭수에 대해“설정 자체가 EBS 소품실에 사는 연습생이라는 허무맹랑함도 그렇고 펭수 생김새도 그렇고, 애초에 B급 정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형식을 타파하는 데서 오는 의외성과 신선함, 콘텐츠가 가진 재미, 권위에 도전하는 B급 캐릭터의 말과 행동, 그리고 펭수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이 바로 펭수 열풍을 불게 한 이유로 볼 수 있다. 

안지은 기자 joanenfp@gmail.com
승인 2020.03.12
사진_펭수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