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와 맞서 정부와 지자체가 총력으로 힘쓰고 있지만, 누군가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바로 장애인 자가격리자다. 중증 장애인들은 ‘코로나’보다 ‘격리’라는 말이 더 두렵다. 활동지원사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홀로 지내야 하는 2주의 시간이 또 다른 죽음의 공포다. 대구에 거주 중인 한 중증 장애인 자가격리자는 방안에 갇혀 물 한 모금 먹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정부의 식자재 지원도 그에게는 아무 의미 없이 썩고 있다. 그는 “체온계를 비롯한 정부의 지원 물품 중 자신이 홀로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식사는 고사하고 화장실도 기어서 가야 하는 그는 “증상이 심해져도 도움받을 방법이 없어 막막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민간으로 운영되는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그는 겨우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직원들이 없었다면 그는 먹지도 못하고 2주간의 시간을 버텼어야 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 자가격리자 및 확진자를 위한 지원체계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라고 밝히며 “코로나라는 감염병보다 일상생활 지원이 안 돼서 생명의 위험까지 느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장애인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메르스 이후 전혀 변화되지 않고 단 하나도 마련되지 않은 지원체계에 놀랍다”고 지적하며 “활동지원사에게 기본적으로 감염병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체계를 갖추고, 비상 상황에 빠르게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의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는 15가지 유형의 장애가 있다. 재난 상황에 더 취약한 이들을 위해 더욱 세심한 관심으로 각 장애 유형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장장애인의 경우 지속적인 신장투석이 필요하므로 자가격리자 및 확진자의 경우 별도의 투석병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시설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경우 재난 상황에서 정보를 받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워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했다. 시민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자체 브리핑 시 수어 통역사 배치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한 시스템 미흡과 부족한 인력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아울러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한 현재 장애 학생을 위한 자막 및 수어 통역과 추가 온라인 학습자료가 절실하다. 이밖에 각 유형 장애인의 상황과 필요를 파악하여 재난 상황에서 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2월 29일 경북 칠곡에서는 코로나 19 판정을 받은 사회복지사들이 본인의 치료를 제쳐두고 감염된 장애인을 돌보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제 더는 외면하지 않고 재난 상황 속에서조차 소외당한 그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촉구된다.
임 건 기자 gunlim@naver.com
승인 2020.04.23